최근 들어 많은 기업에서 AI 도구를 업무에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회계 부서에서는 자동 분개 시스템을 활용하고, 법무팀은 계약서 검토에 AI를 사용하며, 인사팀은 채용 프로세스에 AI 면접 도구를 도입하는 등 경영지원 전 분야에서 AI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AI를 활용하는 직원에 대한 동료들의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AI 사용자를 바라보는 편견의 실체
어느 중견기업 회계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직원이 AI 도구를 활용해 재무제표 분석 업무를 기존보다 절반의 시간 만에 완료하자,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 "저 사람은 일을 대충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AI에만 의존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AI 활용을 둘러싼 깊은 인식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근 경영학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슬랙 귀인(slack attribution)'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설명됩니다.
슬랙 귀인은 동료가 AI를 사용하는 이유를 업무 효율성 향상이 아닌, 노력을 회피하려는 게으름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편견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업무 평가 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입니다.
특히 경영지원 부서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이들 부서가 정확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팀에서 AI로 계약서를 검토하는 직원이나, 인사팀에서 AI를 활용해 인재 분석을 하는 직원들이 종종 "꼼꼼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노력 중심 사고가 만들어내는 왜곡된 평가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노력'과 '성실'을 미덕으로 여겨왔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직원이 헌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직원은 오히려 "대충 한다"는 의심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는 종종 부정적으로 해석됩니다.
한 대기업 경영지원팀의 사례를 살펴보면,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여 월말 결산 업무를 3일에서 1일로 단축한 회계 담당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과 평가에서 오히려 "업무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동료들은 그가 AI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고 생각했고, 전문성 개발에 소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는 AI 활용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 결과물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검증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특히 세대 간 격차로도 나타납니다.
기존의 업무 방식에 익숙한 선임 직원들은 AI를 활용하는 젊은 직원들을 "편법을 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젊은 직원들은 AI를 활용하지 않는 선임들을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는 조직 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공정성 인식이 만드는 조직 내 갈등
AI 활용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는 '공정성' 인식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투입한 노력과 시간에 비례하여 성과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AI를 활용하면 적은 노력으로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공정성 인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법무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AI를 활용해 계약서 검토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 A와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직원 B가 있었습니다.
A는 하루에 20건의 계약서를 검토할 수 있었지만, B는 10건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같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두 배의 성과를 내는 A에 대해 B는 불공정하다고 느꼈고, 이는 팀 내 협업 분위기를 해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직원들은 AI를 사용하는 동료가 "무임승차"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데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성과를 가져간다는 인식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AI 사용자에 대한 도덕적 평가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조직 내 신뢰와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도덕성 평가가 협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료가 AI를 사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할수록 그 사람의 도덕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평가를 넘어 실제 업무 협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인사팀의 한 관리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AI를 활용해 채용 프로세스를 개선한 팀원이 있었는데, 다른 팀원들이 그를 '일을 대충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고, 정보 공유도 원활하지 않게 되었죠.
성과는 좋았지만 팀워크 측면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경영지원 부서에서 치명적입니다.
회계, 법무, 인사 등의 업무는 높은 수준의 협업과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AI 사용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부서 전체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기업에서는 AI 도구를 도입한 이후 오히려 부서 간 협업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AI를 적극 활용하는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고,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조직 차원의 대응 방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노력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의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AI 활용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수립해야 합니다.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문서화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회계팀에서 AI를 활용할 때는 "AI가 1차 분석을 수행하고, 담당자가 2차 검증과 해석을 진행한다"는 프로세스를 명확히 하고, 각 단계에서의 담당자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둘째, AI 활용 교육을 전사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오해를 해소하고, 모든 직원이 AI를 업무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선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세대 간 인식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성과 평가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단순히 투입 시간이나 노력이 아닌, 실제 창출한 가치와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인 직원에게 오히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남은 시간을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투입하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넷째, AI 활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도 투명하게 공유하여, AI가 만능이 아니며 여전히 인간의 전문성과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AI 사용자와 비사용자 간의 심리적 거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조직문화 혁신
AI 시대의 조직문화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더 이상 '얼마나 오래, 열심히 일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스마트하게 일하여 가치를 창출했는가'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경영지원 부서의 리더들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직원들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파트너로 인식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동시에 AI 활용이 전문성의 포기가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앞으로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조직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건강한 협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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