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PS 투자 급증과 회계 처리의 함정

2025. 8. 13. 14:26·법무&서무
728x90
반응형
SMALL

벤처 투자시장의 변화 흐름과 RCPS의 확산

국내 벤처 투자시장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 방식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행한 2021년 벤처 투자 동향에 따르면 신규 투자의 73.4%가 우선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우선주 투자의 대부분이 RCPS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방식의 확산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하면 보통주로 전환하여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사업이 부진할 경우에는 상환권을 통해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보통주 투자와 달리 경영권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방식이 널리 확산되면서 예상치 못한 회계 처리상의 복잡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기업이 성장하여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거나 해외 진출을 위해 회계 기준을 변경해야 할 때, RCPS의 회계 처리 방식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 평가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회계 기준별 RCPS 인식의 차이점과 그 영향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회계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비상장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과 상장기업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입니다.

이 두 기준에서 RCPS를 바라보는 관점과 회계 처리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K-GAAP에서는 주식(상환우선주 등 포함)의 발행은 자본(자본금과 자본잉여금)으로 회계처리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선주주로부터의 납입자본이라는 법적 형식을 중시하는 회계처리입니다.

즉, RCPS를 발행하면 단순히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으로 분류하여 처리하면 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입니다.

 

반면 K-IFRS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IFRS는 RCPS와 같은 복합금융상품의 회계처리를 위하여 주계약과 내재파생상품으로 구분하고, 분리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하며, 분리한다면 각각 자본인지 부채인지를 판단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가 보유하는 상환권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투자자가 상환권을 보유하고 있는 RCPS의 발행자는 현금으로 상환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상환우선주 부분을 부채로 회계처리합니다.

실질적으로 조기상환조항이 존재하는 사채를 발행한 것에 가깝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으로 인해 K-GAAP에서 자본으로 인식되던 RCPS가 K-IFRS에서는 부채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리픽싱 조항이 가져오는 추가적인 복잡성

RCPS 투자 계약에서 흔히 포함되는 리픽싱(Refixing) 조항은 회계 처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전환권에 관한 사항 중에는 전환비율이나 전환가격을 조정(리픽싱, Re-fixing)하는 조항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이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데 후속 투자자가 기존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보다 저렴한 발행가액으로 이를 인수하면 기존 투자자의 지분비율이 희석됩니다.

 

이러한 조항들이 존재할 때 K-IFRS에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RCPS 리픽싱조항이 추가되면 가격과 수량이 확정되어야 한다는 자본인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부채로 분류됩니다. (K-IFRS 제 1032호 문단 16 자본분류요건 fix-for-fix)

 

특히 일반적인 희석화 방지 조항을 넘어서는 리픽싱 조항들이 문제가 됩니다.

refixing 조항 중 'IPO 시 공모가격의 70%를 하회하는 가격보다 전환가격이 낮을 경우, 전환비율을 조정'하거나, '일정기간의 평균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전환가격을 하향조정'하는 등의 조항은 희석화 방지에 더하여 보통주주보다 RCPS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조항입니다.

이러한 refixing 조항은 확정대확정 요건을 위배한다고 보아 전환권을 부채로 분류하도록 요구합니다.


실제 기업 사례로 살펴보는 RCPS의 영향력

토스의 선제적 대응 사례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RCPS 문제에 대한 대표적인 해결 사례를 보여줍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13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 기존에 발행된 상환전환우선주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hares) 전량을 전환우선주(CPS)로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금융업 진출에 대한 당국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올해 초 토스는 자본금 129억원 중 96억원(74.8%)가 상환전환우선주로 구성돼 자본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예비인가에서 탈락했습니다.

금융당국은 RCPS의 상환권을 실질적인 부채로 판단했고, 이것이 자본 안정성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토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투자자들과 협의하여 상환권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했습니다.

전환우선주는 K-GAAP(일반회계기준) 뿐만 아니라 IFRS(국제회계기준) 상에서도 자본으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변경을 통해 토스는 금융업 진출의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토스뱅크 출범에 성공했습니다.

일반적인 상장 준비 기업들의 딜레마

상장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비상장사가 상장하기 위해선 K-GAAP으로 작성된 최근 3개년 재무제표를 IFRS 기준으로 전환해 감사인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RCPS로 인한 급격한 재무 상태 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상장사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발행해 투자받았던 RCPS가 한 순간 자본에서 부채로 전환하면 자본잠식상태가 돼 상장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상장 직전에 투자자들에게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 되었습니다.

 

한 A사의 경우, 수년간 RCPS를 통해 약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상장 준비 과정에서 K-IFRS 전환 시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되어 모든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창업자의 지분 희석이 예상보다 크게 발생했고, 상장 일정도 6개월 이상 지연되었습니다.


RCPS가 상장 후 기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

상장 전 RCPS 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 후에도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 RCPS는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오르는 만큼 평가손실이 커져 재무제표상 실적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부채로 잡힌 만큼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의 가치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회계상 손실이 발생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커지며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회사 손익구조가 좋지 않게 보이는 부분이 있어 상장 후에도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B사는 상장 후 주가가 발행가 대비 200%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RCPS 관련 파생상품부채 평가손실로 인해 분기 실적에서 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었고, 결국 긴급하게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해석과 시장 혼란

RCPS의 회계 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해석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해당 문서를 대외비로 남기면서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공인회계사회에게는 외부 유출없이 감리 목적으로만 진행하라고 통보했습니다.

 

2011년 발표된 '회제이-00094' 질의회신에서는 특정 조건 하에서 RCPS를 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 문서가 비공개로 처리되면서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이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행사가격 인하 조건 대가의 경우 외부로 환급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부채요소로 보기 어렵다"며 "사채 부분을 차감한 잔액을 자본으로 분류하는 것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불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같은 조건의 RCPS라도 기업과 회계법인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보수적으로 부채로 처리하는 반면, 다른 기업은 자본으로 처리하여 동일한 투자 구조임에도 재무제표상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알아야 할 실무적 대응방안

투자 계약 단계에서의 고려사항

RCPS 투자를 받을 때는 단순히 자금 조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향후 회계 처리와 상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리픽싱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희석화 방지 조항은 K-IFRS에서도 자본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과도하게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항들은 부채 처리의 위험을 높입니다.

 

또한 상환권의 행사 조건도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상환권은 기본적으로 전년도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재무제표 기준으로 회사에 상환 가능한 이익이 있을 때만 행사가 가능합니다.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하려면 회사가 꾸준히 순이익을 내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명확히 하여 투자자의 일방적인 상환 요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회계 기준 전환 시 대비책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K-GAAP에서 K-IFRS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미리 시뮬레이션해봐야 합니다.

K-IFRS에 따라 RCPS를 회계처리하려면 위와 같이 매우 복잡한 판단과 검토가 수반될 뿐만 아니라, 금액을 측정하기 위해서 공정가치의 평가도 요구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회계 자문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회계법인의 일반적인 조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RCPS 회계 처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회계사나 재무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투자자와의 사전 협의 중요성

토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투자자가 동의하여 RCPS를 CPS(전환우선주)로 변경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CPS는 전환우선주 자체에 상환권이 없으므로, 굳이 분리하지 않고 전체를 하나의 비파생상품으로 처리해 자본 분류가 가능한 여지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변경에는 투자자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상환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다른 조건들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유치 단계부터 향후 상장 계획과 회계 처리 이슈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필요시 조건 변경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도출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RCPS를 둘러싼 회계 처리 논란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국제회계기준의 원칙 중심 접근법과 국내 투자 관행 간의 괴리가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보다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 단계에서부터 예측 가능한 회계 처리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업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벤처캐피탈들은 처음부터 CPS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상환권보다는 다른 방식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재의 규칙 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투자 유치 단계에서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계 처리와 상장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와 기업 간의 충분한 소통과 상호 이해입니다.

RCPS의 회계 처리 이슈는 결국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
SMALL

'법무&서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 회의록 작성 효율 극대화 방법, 자동 기록과 맞춤형 정리  (0) 2025.09.01
달라진 벤처기업법 내용 정리  (1) 2025.08.21
상법 개정이 던지는 새로운 과제 -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가져올 변화  (3) 2025.08.11
EXCLUSIVE MANAGEMENT CONTRACT  (0) 2025.08.05
담보신탁 vs 처분신탁 부동산 신탁 비교  (6) 2025.07.23
'법무&서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 회의록 작성 효율 극대화 방법, 자동 기록과 맞춤형 정리
  • 달라진 벤처기업법 내용 정리
  • 상법 개정이 던지는 새로운 과제 -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가져올 변화
  • EXCLUSIVE MANAGEMENT CONTRACT
SPOT Inc.
SPOT Inc.
https://www.teamspot.biz/
  • SPOT Inc.
    TEAM SPOT Inc.
    SPOT Inc.
  • 전체
    오늘
    어제
    • 분류 전체보기 (943)
      • 법무&서무 (502)
      • 인사 (201)
      • 회계 (104)
      • 기업분석 (85)
      • 비자 (40)
      • SPOT (11)
  • 블로그 메뉴

    • 홈
    • 태그
  • 링크

    • PAPATONY
  • 공지사항

  • 인기 글

  • 태그

    E-7비자
    하이코리아
    기업분석
    스타트업
    외국인직원
    법인
    등기이사선임
    회계
    절대적기재사항
    회사
    비자발급
    서무
    기업
    법무
    세법
    감사선임
    경영
    경영지원
    주권액면분할
    주주
    이사사임
    인사업무
    주식매수선택권행사
    주주총회
    고용계획서
    세무
    상대적기재사항
    상법
    회사생활
    고용사유서
  • 최근 댓글

  • 최근 글

  • hELLO· Designed By정상우.v4.10.4
SPOT Inc.
RCPS 투자 급증과 회계 처리의 함정
상단으로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