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경영지원 담당자가 겪는 인사 업무의 현실, HR 리더로 살아가는 법

2025. 12. 15. 16:51·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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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경영관리 부서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처음 맡아보게 된 인사 업무는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재무와 회계가 주된 업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사와 총무 영역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제 앞으로 모든 책임이 넘어왔습니다.

HR 전문가도 아니고, 인사 업무 경험도 전무했던 제가 회사의 사람과 조직을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초기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떤 날은 재무 업무보다 인사와 총무 업무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고,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인사팀장급 이상의 경력자를 별도로 채용해서 이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싶다는 요청을 회사에 여러 차례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의 현실이었습니다.

 

예전에 IPO 준비 중인 한 회사의 재무팀 리드 포지션 면접을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CFO로 보이는 분이 본인은 인사까지 담당하는 COO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는 재무 책임자가 왜 인사까지 신경 쓰고 있을까 의아했습니다.

인사는 전문 영역이고, 재무 담당자가 잘 모를 텐데 왜 채용까지 관여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업들의 생리를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CFO가 단순히 재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CFO는 CAO, 즉 최고행정책임자의 역할까지 겸하게 됩니다.

재무뿐만 아니라 총무, 인사를 포괄하는 관리 부문 전체를 책임지는 것이죠.

대외적으로는 이해하기 쉽게 CFO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회사 운영의 거의 모든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COO가 기업 내부의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라면, 작은 회사에서 재무 책임자는 종종 COO의 역할까지 떠안게 됩니다.


인사 업무를 책임지며 배운 것들

인사 업무를 직접 책임지면서 수없이 실수했고, 많은 부분에서 미흡했습니다.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정말 많았습니다.

HR 리더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직무인지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회사 전 직원이 나의 팀원이다

다른 부서 리더들과는 달리, 인사를 담당하게 되면 회사 전체 직원이 사실상 내 팀원이나 다름없습니다.

영업팀장은 영업팀만 챙기면 되고, 개발팀장은 개발팀만 관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인사 담당자는 모든 부서, 모든 직원의 고충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신입사원 온보딩부터 중간 관리자의 팀 관리 고민, 임원진의 조직 전략까지 모든 층위의 사람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채용, 교육, 평가, 보상, 퇴사까지 직원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관여하게 됩니다.

특정 팀만 잘 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인사 담당자의 역할입니다.

사용자 같은 사용인

인사 담당자의 포지션은 참 애매합니다.

분명 회사에 고용된 직원이지만, 동시에 경영진의 입장에서 다른 직원들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직원들 입장에서 보면 인사 담당자는 회사 편에 선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해고, 징계, 성과 평가 등 불편한 결정들을 전달하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경영진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복지 개선이나 근무 환경 향상을 요구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사용자의 권한을 일부 위임받아 행사하지만, 결국 고용된 사용인인 것이죠.

회사의 미숙함을 대변해야 하는 사람

회사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시스템이 미비한 경우가 많습니다.

복지 제도가 부족하거나, 승진 체계가 불분명하거나, 업무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회사의 미숙함을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때로는 변명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인사 담당자입니다.

 

"왜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처럼 안 되나요?" 하는 질문에 "지금은 어렵지만 조금씩 개선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답해야 합니다.

회사를 대변하면서도, 동시에 직원들의 불만을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양쪽 모두로부터 공격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강한 멘탈은 필수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퇴사 면담에서 직원들의 솔직한 불만을 듣다 보면, 내가 몰랐던 회사의 문제들이 드러납니다.

나는 이 회사를 계속 다녀도 되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직원들 간의 갈등을 중재하다가 양쪽으로부터 원망을 듣기도 하고, 경영진의 어려운 결정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면서 욕을 먹기도 합니다.

최근 HR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HR 리더의 75%가 책임 범위 확대로 과중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조직의 변화가 빈번해지면서 직원들은 변화 피로를 경험하고, 그 중심에서 변화를 관리하고 소통해야 하는 인사 담당자의 스트레스는 배가됩니다.

 

인사 담당자는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을 곳은 많지 않습니다.

회사 내부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얘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강한 멘탈이 필요합니다.

아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

인사 업무는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 직원 간 갈등 발생, 채용 일정 조율 등 계획에 없던 일들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정규 업무 시간에는 다른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면담을 진행하고, 각종 요청 사항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내 업무는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채용 시즌에는 더욱 심합니다.

면접 일정은 대부분 지원자의 퇴근 이후 시간에 맞춰 잡히고, 면접 준비와 후속 조치는 추가 시간을 요구합니다.

직원들의 개인적인 고충 상담은 점심시간이나 퇴근 무렵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 시간 중에는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말을 꺼내기 어려운 사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비선 실세와 과한 의무를 진 노예 사이

인사 담당자의 권한은 애매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채용, 평가, 승진, 보상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하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최종 결정권이 CEO나 경영진에게 있고, 인사 담당자는 그 결정을 실행하고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경영진의 신뢰를 받아 비공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선 실세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인사 담당자의 한마디가 자신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실상은 수많은 책임과 의무를 짊어진 채, 제한된 권한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결정은 위에서 내려지지만 그 결정을 정당화하고 설득하고 실행하는 모든 무거운 책임은 인사 담당자가 져야 합니다.

권한은 적은데 책임은 큰 구조 속에서, 비선 실세와 노예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느낌입니다.

토로만 들어주다 정작 내 토로를 들어줄 곳은 없다

인사 담당자는 회사 내에서 일종의 심리 상담사 역할도 합니다.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불만을 해소하고, 조언을 제공합니다. 팀 내 갈등, 상사와의 마찰, 업무 스트레스, 심지어 개인적인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인사 담당자 본인의 고충을 털어놓을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같은 팀 동료가 없는 경우가 많고, 있다 하더라도 업무의 민감성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경영진에게도,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기 힘듭니다.

 

퇴사 면담을 하고 나면 마음이 복잡합니다.

내가 회사의 이런 문제들을 미처 몰랐구나, 나는 이 회사를 계속 다녀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그걸 나눌 사람이 없습니다. 많은 인사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입니다.

앞에서는 잘한다고 하고 뒤에서는 가장 많이 욕하는 사람

"인사팀 정말 고생 많으시죠", "언제나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뒤에서는 가장 많은 불평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인사팀은 현장을 몰라", "인사팀 때문에 일이 더 복잡해져", "인사팀은 항상 경영진 편만 들어" 같은 말들이 돌아다닙니다.

 

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지원자는 인사팀을 원망하고, 성과 평가에 불만인 직원은 인사팀을 탓하고, 복지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사팀에 불만을 표출합니다.

회사의 모든 불만이 인사팀으로 모이는 느낌입니다.

 

앞에서는 예의상 고맙다고 하지만, 정작 어려운 결정이 내려지면 가장 먼저 비난받는 사람이 인사 담당자입니다.

이 간극을 견디는 것도 인사 업무의 일부입니다.

인간적이고 따뜻하면서도 냉정하고 감정 없어야 하는 모순

인사 담당자에게는 모순적인 자질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직원들의 고충을 들을 때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따뜻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편하게 다가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성과가 저조한 직원을 평가하거나, 징계를 결정하거나, 정리해고를 집행해야 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친분이나 동정심 때문에 공정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한 사람 안에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해야 합니다.

아침에는 한 직원의 개인적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다가, 오후에는 다른 직원의 징계 절차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균형을 잡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최근 포브스와 가트너의 HR 트렌드 연구에서도 인간 중심 리더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AI가 전통적인 관리 업무를 맡게 되면서, 리더는 조직원 간 정서적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소프트 스킬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객관적 평가, 냉정한 판단도 필요합니다.


HR 리더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인사 업무는 분명 힘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조직의 성장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어떤 전략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회사의 자산을 만드는 일입니다.

지속적인 학습

HR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AI 활용, 데이터 기반 인사 관리, 하이브리드 워크, 직원 웰빙, 리스킬링과 업스킬링 등 새로운 개념과 도구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전문 HR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꾸준히 공부하고 배워야 합니다.

 

온라인 강의, 컨퍼런스, 전문 서적, HR 커뮤니티 등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다른 회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HR은 이제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경계 설정

모든 사람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감정적으로 소진되지 않으려면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 업무적 관계와 사적 관계의 경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구축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털어놓기 어려운 고충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경험에서 배우고, 실질적인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 변화의 축적

회사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개선들을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1년 후 2년 후에는 분명 더 나은 조직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HR 시스템을 한 번에 구축하려 하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HR 리더는 쉽지 않은 역할입니다.

회사와 직원 사이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많은 책임을 지면서도 제한된 권한 속에서 일해야 하고, 성과가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가는 보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완벽한 HR 리더는 없습니다. 다만 계속 배우고, 성장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아지려는 HR 리더가 있을 뿐입니다.

 

저도 아직 배워가는 중입니다.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여정을 통해 조직과 사람에 대해 배운 것들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계신 모든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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