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일 잘하는 사람의 비밀, 판단의 속도가 경쟁력이다

2025. 12. 15. 16:55·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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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누군가에게 "일 맡기면 참 잘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한 문장에 담긴 신뢰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재미있는 건, 똑똑하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학점이 좋고 시험을 잘 보는 것과 실제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꽤 다른 영역입니다.

오히려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보면, 지능과는 조금 다른 어떤 공통된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것을 단순히 일머리가 좋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오면서 이 일머리의 본질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정량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AI 시대의 일머리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는 단위시간당 내리는 판단의 수가 아닐까 합니다.


일의 병목이 실행에서 판단으로 이동했습니다

AI가 등장하기 전까지 업무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실행 능력이었습니다.

얼마나 빨리 보고서를 작성하는가, 얼마나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는가, 얼마나 신속하게 자료를 정리하는가가 중요했습니다.

엑셀을 잘 다루고, 파워포인트를 빠르게 만들고, 타이핑 속도가 빠른 사람이 업무 효율이 높았죠.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AI 도구들이 실행을 대신해주면서, 일의 병목 지점이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얼마나 빨리 실행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느냐가 핵심이 되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무엇을 만들지, 언제 방향을 바꿀지,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업무의 핵심이 된 것입니다.

 

일머리 좋은 사람은 이런 의사결정을 정확하고 빠르게 내립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틀렸을 때 더 빨리 인정하고 방향을 전환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한 번 만든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처음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AI가 즉각 재실행해주기 때문에 시행착오의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졌습니다.

 

McKinsey는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다단계 워크플로우를 실행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트너는 지능형 자동화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핵심이 되어 의사결정을 개선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AI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은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직원들이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판단의 반복 주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중간 점검을 하고, 최종 결과를 내는 데 몇 주가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방향을 조정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고, 즉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단위시간당 얼마나 많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느냐입니다.


시간을 입체적으로 사용하는 능력

전통적인 일머리는 시간을 선형적으로 최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A 작업을 하고 B 작업을 하고 C 작업을 하는 프로세스를 A에서 C로 바로 가거나,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효율적인 사람은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중복을 제거하고, 빠른 길을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일머리는 시간을 입체적으로 사용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멀티태스킹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병렬적 깊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작업, B 작업, C 작업을 동시에 굴리면서, 본인은 그것들이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프로젝트 매니저가 신규 사업 제안서를 준비한다고 가정해봅시다.

AI에게 세 가지 다른 전략 시나리오를 동시에 만들게 합니다.

첫 번째는 보수적인 접근, 두 번째는 중도적 접근, 세 번째는 공격적인 접근입니다.

AI가 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동안, 본인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재무 담당 임원을 만나 회사의 재정 상황과 투자 여력을 파악하고, 실행팀 리더를 만나 실제 구현 가능성을 점검하고, 경쟁사 동향을 조사합니다.

시나리오 A는 CFO가 좋아할 것이고, B는 실행 팀이 선호할 것이며, C는 가장 혁신적이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도착했을 때, 어떤 시나리오를 어떻게 조합해서 최종안으로 만들지 이미 판단이 서 있는 상태입니다.

 

이것이 진짜 시간 최적화입니다.
AI에게 작업을 맡기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대기 시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AI가 실행하는 동안 인간은 더 높은 레이어에서 움직이고, 결과물이 나오는 순간 다음 판단으로 즉시 넘어갑니다.

시간은 여전히 24시간이지만, 판단의 밀도는 10배가 됩니다.

 

병렬 AI 에이전트 작업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됩니다.

가장 생산적인 엔지니어들은 컨텍스트 스위칭을 많이 하며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고, 집중이 지속적으로 깨지는 상황에서도 진전을 만드는 인터럽션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맥락을 연결하는 복리 효과

과거의 이상적인 인재상은 I자형보다는 T자형이었습니다.

I자형 인재는 한 분야만 깊게 파는 전문가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융복합의 시대이고, 한 분야만 아는 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T자형 인재가 각광받았습니다.

한 분야는 전문가 수준으로 깊게 알고, 동시에 여러 분야를 넓게 아는 사람입니다.

 

삼성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들이 T자형 인재를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일본의 토요타에서 처음 사용된 이 개념은, 특정 영역에서는 스페셜리스트이고 경영 일반에서는 제너럴리스트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공계 출신이라도 인문학을 알아야 하고, 수직적인 업무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게임의 룰이 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넓게만 알아도 깊이를 빌려올 수 있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얻으려면 그 분야를 오랜 시간 공부하거나,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외부 컨설턴트를 불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필요한 전문 지식을 즉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 AI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을 하고, 디자인 작업을 하고, 간단한 코딩까지 합니다.

각 영역에서 80점짜리 결과물을 병렬적으로 뽑아내면서, 본인은 그것들을 연결하는 전략과 맥락에만 집중합니다.

전문가의 독점적 가치였던 깊이를 AI가 민주화하면서, 진짜 희소한 능력은 연결로 이동한 것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9.2%가 채용 시 AI 역량을 고려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소통과 협업 능력이 55.4%, 직무 전문성이 54.9%를 차지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직무 전문성이 이제는 세 번째 순위로 밀려났다는 것입니다.

AI가 전문 지식의 상당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게 되면서,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연결할지를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입니다.

 

여기서 복리 효과가 발생합니다.

각 맥락이 다음 맥락 학습의 레버리지가 되고, 동시에 기존 맥락들도 새로운 맥락 때문에 더 강력해지는 구조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키우는 것입니다. 마케팅을 알면 데이터 분석의 목적이 명확해지고, 데이터 분석을 알면 마케팅 전략이 더 정교해집니다.

디자인을 알면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이것이 다시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을 더 풍부하게 만듭니다.

 

중요한 건, 그냥 다양하게 안다라기보다 다양한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본다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여러 분야를 조금씩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패턴과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AI는 각 분야의 도구를 주지만, 무엇과 무엇을 연결할지는 여전히 인간이 판단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T자형을 넘어 π자형 인재라는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두 개 이상의 전문 분야를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AI와 로봇으로부터 일자리를 위협받는 시대에 지식을 종합하고, 연결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더욱 각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구하려면 전문가에게 연락하거나 도서관에 가야 했지만, 이제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덕분에 방대한 전문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AI에게 맡길지 판단하는 것이 곧 일머리입니다

결국 AI 시대의 일머리는 무엇을 AI에게 맡기는지에 대한 판단력으로 귀결됩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 AI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 여러 AI 도구의 결과물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내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SAP가 최근 발표한 AI 역량 가이드에 따르면, 초급 역할은 전통적으로 처음부터 프로세스를 배우는 것을 포함했지만 이제 AI가 이러한 작업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역량은 AI 결과물을 검토하고, 질문하며, 개선하기 위한 판단력과 전문성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데이터 기반 추천을 검증하거나, 보고서의 논리적 공백을 발견하거나, 생성된 콘텐츠가 브랜드 목소리와 가치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AI를 단순히 업무 대행 도구로 쓰지 않습니다.

AI를 통해 시간의 밀도를 높이고, 더 많은 시도를 하고, 더 빠르게 배우고, 더 정확하게 판단합니다.

하나의 보고서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에 세 가지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최선의 것을 선택합니다.

 

어떤 스타트업 대표가 조직을 AI 시스템에 맞춰 재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은 AI가 처리하고, 사람들은 전략과 판단에 집중하는 구조로 바꾼 것입니다.

그 결과 같은 인원으로 훨씬 더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판단의 밀도를 높인 것입니다.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단위시간당 판단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첫째는 AI 도구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각 도구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프롬프트를 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어떻게 질문을 다듬으면 더 나은 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입니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각 분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맥락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AI가 준 결과물이 맞는지 틀렸는지,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의 기본 원리, 데이터 분석의 논리, 디자인의 원칙, 프로그래밍의 개념 등을 넓고 얕게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셋째는 빠른 실험과 피드백 루프입니다.

판단력은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키워지는 능력입니다.

AI를 활용해 빠르게 시도해보고, 결과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사이클을 반복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한 번의 시도에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지만, 이제는 시행착오의 비용이 낮으니 적극적으로 실험할 수 있습니다.

 

넷째는 맥락을 읽는 능력입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결과물이라도 비즈니스 맥락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직의 문화와 정치가 어떤지를 파악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숨은 의도나 조직의 암묵적인 규칙을 읽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다섯째는 윤리적 판단력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은 보안, 개인정보 보호, 윤리를 AI 시대의 최우선 관심사로 강조했습니다.

AI 시스템은 통제되지 않을 때 무심코 편견을 영속화하거나, 개인 데이터를 오용하거나, 저작권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모든 AI 사용자는 이러한 도구를 신중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할 책임이 있습니다.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기

AI 시대의 업무 방식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여러 새로운 AI 도구들이 등장했고, 기존 도구들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변화가 올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빠른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도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를 빠르게 학습하고 활용하는 메타 능력입니다.

 

가트너는 인간과 기계의 시너지를 올해 주요 전략 기술 트렌드로 선정하며, AI 통합을 통해 인간의 역량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하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IBM과 같은 기업의 리더들은 AI가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고, 직원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역할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협동, 설득, 공감 능력 등 사회적 능력을 갖춘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AI 기술이 인간의 여러 인지능력을 보완해준다면, 사람은 AI가 할 수 없는 협업이나 소통, 종합적인 문제해결 등에 집중하는 것이 맞습니다.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이 미래에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AI가 단순 직무를 보조하는 범위가 넓어지면 사람은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제는 대부분 고객과의 접점에서 생겨나거나, 부서나 직무 간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행은 AI 시대에 STEM 역량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겠지만, 소프트 스킬에 대한 수요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일 맡기면 참 잘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비밀은 결국 판단력입니다.

AI가 실행을 대신해주는 시대에, 무엇을 실행할지를 결정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되었습니다.

시간을 입체적으로 사용하며 여러 작업을 병렬로 진행하고, 다양한 맥락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단위시간당 판단의 수를 늘린다는 것은 단순히 빠르게 결정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더 많은 옵션을 탐색하고, 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더 정확한 선택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AI가 실행의 비용을 낮춰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더 대담하게 시도하고, 더 빠르게 배우고,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AI 시대의 일머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기술은 계속 진화하겠지만, 판단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것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실행 속도가 아닌 판단의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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